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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2024) 리뷰 - 줄거리, 등장인물, 관람평

by movie_life 2025. 5. 17.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포스터

1. 줄거리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낯설지만 익숙한 도시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두 인물의 동거와 성장, 사랑을 그립니다. 구재희는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하며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인물입니다. 반면 장흥수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숨기며 살아왔고,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두 사람은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되고,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되면서 특별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이야기는 단순히 연인 간의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동성애를 소재로 하되 그보다 더 넓은 의미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합니다. 영화는 이들이 겪는 일상적인 순간들 술자리, 아르바이트, 군 입대, 부모와의 갈등 등을 통해 도시 청춘들의 현실적인 삶을 보여줍니다.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툼도, 공감도, 오해도 반복되지만 결국 이들은 서로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화려하거나 극적인 사건보다는, 오히려 담백하고 현실적인 감정의 흐름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갑니다. 이들이 1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살아가며, 사랑하고 갈등하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조용히 말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대사와 감정의 결이 잘 살아 있어,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다가옵니다.

2. 등장인물

이 영화의 중심에는 구재희와 장흥수라는 두 캐릭터가 있습니다. 먼저 구재희(김고은)는 당당하고 솔직한 성격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의 가장 큰 특징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패션, 언행, 연애 모두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보다, 자신이 사랑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모습은 젊은 세대에게 강한 공감을 줍니다. 재희는 누구보다 유쾌하고 밝지만, 동시에 외로움과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 이중적인 면모는 영화의 감정 깊이를 더하게 됩니다.

장흥수(노상현)는 재희와는 정반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사회적 시선 때문에 자신을 감추며 살아왔습니다. 겉으로는 차분하고 고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억눌린 감정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재희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점차 깨닫게 됩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점차 ‘나’로서 존재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겪게됩니다. 흥수는 말보다는 눈빛과 행동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캐릭터로, 그의 변화는 관객에게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이외에도 재희와 흥수의 가족, 친구, 동료 등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장혜진이 연기한 흥수의 어머니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대표하는 인물로, 아들과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부모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간극을 조명합니다. 특별출연한 이상이, 곽동연, 주종혁 등도 각자의 개성을 살려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줍니다. 인물 하나하나가 현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관객은 그들의 감정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됩니다.

3. 관람평 

대도시의 사랑법은 개인적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입니다. 제 시선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면, 사랑과 동거,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은 질문이 따라오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사랑이 꼭 연애여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됩니다. 재희와 흥수의 관계는 일반적인 남녀 간의 연애 서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교감과 이해, 상처와 회복은 어느 연인보다 깊고 진합니다. 이 영화는 사랑을 ‘형태’가 아니라 ‘감정’으로 바라보게됩니다.

또한 이 영화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불안정한 일자리, 흔들리는 정체성, 가족과의 갈등, 반복되는 인간관계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는지를 찬찬히 담아내었습니다. 20대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감정—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나다운 삶이란 뭘까?—이 고스란히 화면 속에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가슴 깊숙한 곳을 톡 건드리곤 합니다.

비록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지만, 그 속에는 엄청난 감정의 밀도가 담겨 있습니다. 김고은과 노상현의 연기는 각자의 인물을 진심으로 살려냈고, 박상영 원작 특유의 위트와 현실적인 감성도 잘 살아 있습니다. 특히 프라이머리가 맡은 음악은 장면마다 감정을 부드럽게 이끌며 몰입을 도왔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의 대사와 눈빛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 작품은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이라면 반드시 한번쯤 봐야 할 영화인거 같습니다.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 접근할 수도 있고, 관계에 대한 영화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본질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깊은 통찰입니다. 사랑이란 결국, 서로를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것임을 이 영화는 조용히 말해줍니다.